[천지일보=최치선 여행전문기자] 이번 여름, 박물관이 여행의 출발점이 된다. 둘리와 함께 K-라면의 추억을 만나고, 제주 황토빛 그림 앞에서 사색한 뒤 오래된 등잔이 밝힌 삶의 시간을 따라가는 문화여행이 전국에서 펼쳐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K-뮤지엄 지역 순회 전시 및 투어 지원사업-뮤지엄 이음’이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관람객을 찾아간다. 올해는 전국 88개 박물관·미술관이 참여해 11월까지 106개 시·군·구, 약 180개 공간에서 순회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뮤지엄 이음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됐던 전시를 지역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한 지역에서 끝났던 전시가 두 곳 이상의 도시를 돌며 새로운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와 함께 만들기 체험, 큐레이터 대화, 작가와의 만남도 열려 어린이에게는 살아 있는 문화수업이 되고 주민에게는 가까운 나들이가 된다.
여행의 범위는 전시장 밖으로 넓어진다. 전국 50개 박물관·미술관을 거점으로 약 100회의 로컬 투어를 진행한다.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 프로그램은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와 관풍헌, 장릉을 문화해설사와 둘러보며 미술과 조선의 역사를 한 여정에 담는다.
가족 관람객에게는 둘리뮤지엄의 ‘K-라면과 구공탄’이 눈길을 끈다. 아기공룡 둘리의 익숙한 노래와 이야기를 통해 한국 라면의 성장 과정과 탄광도시 태백의 기억을 풀어낸다. 전시는 8월 30일까지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리며, 8월 1~2일에는 철암탄광역사촌 탐방과 화석 만들기 체험이 마련된다. 10월 13일부터 11월 29일까지는 익산 문화예술 여행자 라운지로 자리를 옮긴다.
제주 기당미술관에서는 변시지 탄생 100주년 특별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황토빛 사유, 존재의 바람’을 만날 수 있다. 황토색과 검은 선으로 제주 바람과 인간의 고독을 그린 회화 60점, 스케치와 자필 원고가 공개된다. 제주 전시는 9월 27일까지이며, 10월 6일부터 11월 18일까지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계속된다.
한국등잔박물관의 ‘우리의 불그릇, 등잔 다시 밝히다’는 전기가 없던 시절 선조들의 밤을 밝힌 등기구를 소개한다. 8월 12일까지 충북 음성 철박물관, 8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충남 예산 덕산세계인형박물관에서 열린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감각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체험공간도 갖췄다.
좋은 전시를 보기 위해 반드시 서울로 향할 필요는 없다. 올여름에는 여행지의 박물관에 먼저 들러 작품을 보고, 전시에서 만난 이야기를 따라 골목과 유적지로 걸어가도 좋다. 뮤지엄 이음이 전시장과 지역, 관람과 여행 사이에 새로운 길을 놓고 있다.